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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원의 커피가 5백 원이 되는 리디노미네이션의 기적?

금융/주간 경제 뉴스 2016.02.22 09:00



<아메리카노 4.5, 브런치 세트 7.5> 최근 카페나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자주 보이는 가격표기 방법입니다. 이런 메뉴판은 큰 화폐 단위를 간편하게 표기해 계산이 쉽도록 만든 것인데요. 이 메뉴처럼 현재 사용하는 화폐에서 ‘0’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국내에서는 화폐 단위를 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은 돈의 액면가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보통 ‘액면가를 떨어뜨린다’는 의미로 사용하죠. 따라서 두 단어가 만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화폐가 가진 가치는 유지하면서 액면가만 낮추어 ‘다시 조정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지폐를 인위적으로 100원으로 바꾸는 것인데요. 한국의 화폐 단위는 거래나 회계 시 불편함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러한 화폐 액면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이 제기된 때는 지난 9월 있었던 국정감사. 경제 규모 보다 화폐 단위가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에 한국은행 총재가 ‘공감한다’는 답을 하면서부터였습니다. 2013년 기준 국민 순자산은 1경 1,039조 원으로 ‘0’이 무려 16개나 붙어있죠. 한국은행의 금융망을 이용한 원화 이체 총 금액도 6경을 넘어서는 상황입니다.


그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리디노미네이션 시행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행의 결과가 극과 극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터키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다가 100만 분의 1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후 물가가 안정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반면 짐바브웨는 오히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끝내 통화주권을 잃고 말았죠. 


 

우리나라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할 경우, 거래 단위 숫자가 너무 커 계산과 회계 처리에서 겪었던 경제활동의 불편함이 해소됩니다. 또, 대외적인 화폐 위상이 강화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숨어있던 돈을 양지로 끌어내는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도 생겨 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죠.


하지만 화폐 생산과 전산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또, 교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문제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 실행에 경제 주체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면 물가도 흔들리기 때문이죠. 혼란 상태가 자칫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가능성도 따져봐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했는데요. 1953년 1차 리디노미네이션은 전쟁으로 인해 떨어져 버린 통화가치를 수습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당시 화폐단위가 원에서 환으로 바뀌며 100원이 1환으로 변경되었죠. 이 화폐 액면가는 1962년 2차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면서 다시금 바뀌게 됩니다. 당시 화폐 단위를 10분의 1로 조정하면서 10환은 1원으로 변신한 것이죠.


가장 최근에 리디노미네이션이 검토된 것은 2002년. 당시 화폐개혁추진팀은 1,000원의 1환 변경과 100환 50환 등 고액권 발행에 대한 계획을 세웠는데요. 인플레이션 유발과 뇌물, 부패 가능성을 이유로 무산되었습니다. 다만 이때 고액권인 5만 원권이 도입되어 탄생했습니다.  


 

명절에 모인 꼬마들에게 용돈을 줄 때마다 만 원은 너무 짜고, 5만 원권을 주자니 너무 부담스러워서 ‘2만 원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2만 원권의 등장도 리디노미네이션과 관계가 있을까요? 사실 이는 화폐의 액면 체계의 문제로 화폐 액면가 조정과는 조금 다릅니다.  


선진국에서는 <1.2.5> 화폐 액면체계가 보편적입니다. 미국의 20달러,중국의 20위안은 특히 많이 쓰이는 화폐이기도 하죠. 일본에도 2,000엔 화폐가 발행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1.5> 화폐 액면체계를 채택한 한국에서는 2단위 화폐를 전혀 볼 수 없었는데요. 최근 2만원 권 발행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2만 원권 발행보다 리디노미네이션 시행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한국화폐의 ‘0’ 다이어트 플랜 리디노미네이션. 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한국은행 역시 ‘우선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선 상황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만일 통일이 될 경우도 고려하여 화폐 제도를 변경해야 하므로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데요. 따라서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상당한 리디노미네이션.  효과적으로 실행되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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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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